로스쿨 이야기/로스쿨 3학년 월말결산

[로펌월산] 로삼월산 번외편 - 로펌 한 달 생존기

일복 2025. 4. 2. 00:57

안녕!

 
다시 돌아온 일복이다.
일을 시작하면서, 블로그 닉네임을 잘못 설정한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지만
어쨌든 일을 많이 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거니까.. 행복하다고 여기기로 해본다.
 
 
1월 18일 제14회 변호사시험을 마쳤고,
그보다 이전인 로스쿨 1학년 때 로펌 입사가 확정되었다.
취업의 기쁨을 너무 앞으로 보내두어서 그런지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 외에는 마음가짐에 큰 변화가 없었다.
 
게다가, 이번 변호사시험은 평년보다 약 일주일 늦은 시점에 시행되었기에
첫 출근인 3월 4일이 오기까지 나에게 주어진 인생 마지막 휴가는
당연히 약 일주일 짧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아직 학생의 물이 빠지기도 전에 양복을 입었고,
만원버스에 몸을 실어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마음을 다잡고 환경의 변화를 마주하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 생활에 적응해가고,
서서히 그에 맞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아래는 지난 한 달간 내가 느꼈던 것들
 
 

<1주차>

1. 취미는 진짜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기타, 피아노, 노래, 작곡, 등산, 여행, 달리기, 헬스, 블로그 연재
나는 취미 부자였다.
 
로스쿨 공부에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자꾸 다른 활동들을 즐기곤 했는데,
입사 첫 날 퇴근을 하면서
어쩌면 위의 것들을 취미라고 부르면 안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루종일 내 일에 열중했음에도
얼마 남지 않은 체력을 써가면서까지 즐기고 싶은 것만을
비로소 취미라고 부를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줄 알았던 것들 중에
과연 몇 개나 취미로서 남아있을지는 모르겠다.
 
일단 음주는 확실히 살아남은 것 같다.
 
 

<2주차>
2. 운동은 정말 중요하다.

 
일하다 보면 당연히, 오늘 하루 열심히 잘 산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날도 있고,
하루종일 개똥볼만 차다가 의미없이 귀가하는 느낌이 드는 날도 있다.
 
적어도, 그런 날 한시간 반만 투자해서 운동을 하고 나오면
뭔가.. 뭔가 잘 산 느낌이 든다.
 
개똥볼은 내일 치우면 됨
 
 

3. 진짜 먹을 건 잘 챙겨 먹는다.

 

신입이라고 여기저기서 밥을 사 주시는데,
메뉴들이 정말 다 훌륭하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요리도 많았다.
 

 
살이 좀 찌는 것 가튼디..

분명히 쪘는디..

 

 

<3주차>
4. 생각보다 회사에 대단한 사람이 많다.

 

슬슬 사건을 배당받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같은 사건에 배당된 변호사님들 프로필을 좀 찾아보면,
 
와 이런 대단한 사람이 저기 옆방에 계신다고?
하는 분들이 정말 수두룩하다.
 
살면서 한두 번 보기도 어려웠을 법한 분들이
한 층에 수십명씩 모여 계신다.
 
많은 직장인들이 현타를 느끼는 포인트가
'내가 20년 뒤에 저렇게 된다고?' 라는데,
적어도 이 집단에서는
대체 어떤 변호사님을 롤모델로 삼아야 할지 혼란스러울 정도이다.
 
비유하자면, 열려있는 스킬트리가 굉장히 다양한 느낌이다.
 
 

5. 일 많다.

 
야근-야근-야근-토, 일 근무-
야근-야근-야근-야근-(회식)-토요일 새벽 1시 퇴근을 하면서 느꼈다.
 
일이 몰리면 이렇게도 되는구나
 
그 뒤로 급한 건은 없어서 훨씬 나아지긴 했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은 꽤 자주 벌어질 것 같다.
 
퇴근 후에도 항상 응답 가능한 상태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과 일상의 구분이 허물어진다.
 
자연스레 출퇴근에 대해서도 아주 너그러운데,
회사에 늦게 나타나면 집에서 일하다 왔나 보네.. 하고
일찍 돌아가는 것 같으면 집가서 일하려나 보네.. 한다. 


<4주차>
6. 월급 받았다. 나도 이제 진짜 사회인

 

내 인생 첫 월급을 받았다.

가족들에게 용돈을 주고, 맛있는 밥 사 줬다.
 

 

아직 나를 위한 소비는 하지 않았고,

이번 달은 그냥 주변 사람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만 즐기기로 했다.

 

근데 다음 월급이 너무 멀다..
월급 맨날 받고 싶다.


7. 인생목표가 부자?

 

얼마를 벌든 월급쟁이는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있다.
이젠 어느정도 공감이 된다.
 
꾸준히 일 하면서, 차근차근 모아 나가면
언젠간 차 사고, 언젠간 집 사고 가족을 꾸릴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니

돈보다 가치있는 것들이 조금씩은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도 뽀르쉐는 타고 싶다.


8. 싼 비행기는 이제 없다.

 

학기중에 여행 다니고 그럴 땐
막 일본 10만원대 특가 잡아서 다니곤 했는데,
 
이젠, 그런 비행기는 탈 수 없게 되었다.
 
당장 가까운 5월 연휴, 어디좀 갈까 해서 찾아봤더니
오키나와 왕복이 80만원이 넘어 있더라.
 
추석연휴는 더 멀리 있으니 그때로 찾아봤더니
같은 노선 110만원이더라
 
직접 체감하는 수요공급곡선
 
 

<5주차>
9. 이제 뭐 하지?

 

회사 생활에 어느정도 적응하기 시작했다.
운동도 할 정신이 생겼고,
가끔 약속 잡아서 친구 만날 (심리적) 여유도 생겼다.
 
성질상 이제 좀 뭔가를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데
일단 가장 큰 선택지는 일본어학원 다니기이다.

 

7년 전 N2 취득 후 그대로 유기해버린 내 일본어에

이젠 다시 물을 줄 시간이다.

 
4월부터 월수금반 다닐까 했지만
언제나 그랬듯
한 달만 더 미뤄보기로 한다.

 
(사실 업무가 다시 바빠져서 구랭..)
 


10. 결론

 

꽤 다닐만한 것 같다.
공부할 때보다 표정도 밝아졌고, 피부도 맑아졌다.
 
다음 월급까지 또 파이팅!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