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회 변리사시험 합격 수기
제56회 변리사시험 합격 수기입니다. 벌써 5년 가까이 되었네요.
학교 고시지원센터 요청을 받아 작성하였던 글입니다.
당시 선택과목 p/f제로 바뀐지 얼마 안 되던 때였고,
아직 회로이론, 유기화학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던 때였어서
(어쩌면, 선택한게 아니라 선택했던 것을 놓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유기화학 선택으로 동차합격한 내용에 대해 중점을 두고 작성했습니다만,
요즘은 확실히 디자인보호법, 저작권법 선택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정보전달 목적이라기보다, 제가 공부했던 내용을 업로드 해두면 좋을 것 같아 옮깁니다.
이런 사람은 이렇게 공부했구나 하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전정보
변리사시험은 1차시험 합격시 2년간 2차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집니다.
동차: 1차시험을 보는 해에 치는 2차시험
기득: 두번째 보는 2차 시험
gs: 실전과 같이 답안지를 작성하는 학원 강의의 고시판 관용적 명칭입니다.
(기초gs는 50점 분량+해설에 집중, 실전gs는 100점 분량을 의미합니다.)
지금 다시 보니 글이 참 못생겼네요.. 법학답안 외에는 써본 적이 없던 시절의 글이라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니냐구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아무튼 시작할게요.
I. 들어가는 글
난 오히려 대학에 와서 꿈을 잃어버렸다. 과학자라는 직업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아주 달랐고, 수년간 한 연구에 몰두할 만한 끈기도 없었다. 그렇게 목표 없이 대학 2년을 다녔고, 비로소 군 생활 중 변리사에 대해 처음 알게 되어 큰 흥미를 느꼈다. 2018년 2월 전역 후 두 달여간 여행을 다녀왔고, 5월에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공부에 가속이 붙을수록 3년 내 합격하겠다는 목표는 2년으로, 1년으로 줄어들었고, 결국 목표를 달성하여 이렇게 합격수기를 작성하고 있다.
1년 2개월 만에 합격한 데에는 공부에 대한 열정이나 습관도 많은 영향이 있었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공부 전략이었다. 특히 2차를 준비하는 5개월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에는 어느 한 과목에라도 지나치거나, 부족한 열정을 쏟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의 유기화학 점수는 60점에 불과하다. 합격수기를 작성하기에 한참 모자라고 부끄러운 실력이다. 어쩌면 불합격자를 포함했을 때 동차생들 사이에서도 상위권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유기화학이 아닌 3법 점수로 합격했고, 선택과목 8,90점 맞은 동기들과 함께 연수원 입소를 기다리고 있다. 이하의 수기는 “선택과목 p/f제도 하에 50점을 간신히, 하지만 확실히 넘길 만큼만 공부하는 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동차를 목표로 하는 1차생들이나, 2차시험을 다시 준비하면서 선택과목을 바꾸려는 수험생에게 적합할 것이다. 이제는 선택과목 공부시간을 3법에 투자해야 할 때이다.
Ⅱ. 공부방법
1. 유기화학 선택 이유
변리사 2차시험에는 무려 19개의 선택과목이 존재한다. 이공계 대학생이 변리사 시험에 진입한다면, 적어도 친숙한 과목 하나쯤은 고를 수 있다.
나는 화학과 학생으로서 입대 전 2학년에 대학교에서 유기화학을 수강하였다. 대부분 학생이 그렇겠지만, 학부 수업으로 배운 지 3년이 지났을 시점에는 사소한 공식 하나마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유기화학은 탄소 간의 결합을 다루는 화학이고, Sn 뭐라고 부르는 반응 등이 있었던 것 같다(당연히 그게 뭔지는 잊어버렸다.). 벤젠에 뭐를 붙이는 단원도 있었던 것 같고, 카…카보닐?’ 딱 이 정도의 상태에서 유기화학을 선택했다.
화학 전공자 중 많은 사람이 유기화학과 디자인보호법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디자인보호법을 선택하면 1차 때 했던 공부를 연계해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시험 기간 내내 4법을 하면서 지루해질 수 있고, 가장 큰 단점이라면 어느 정도 완벽한 대비를 해야만 50점을 넘길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유기화학은 전통적으로 탄탄히 대비한다면 70~80점 이상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과목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를 반대로 해석한다면 어느 정도는 긴장을 풀고 준비해도 50점은 넘길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주당 공부시간 75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2차 수험기간 내내 4법이 아닌 3법+과학 과목을 공부하며 두뇌에 환기를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 교재, 강의의 선택
(1) 기본, 사례강의 - 김태환 변리사님의 가농 유기화학 기본서, 사례집
동차 준비 당시 현장강의를 하던 강사님은 김태환 변리사님 한 분이었기에 선택지가 많이 주어져 있는 편은 아니었다. 특히 선택과목이 p/f로 바뀐 이래 선택과목 학원 시장은 매우 축소된 것 같다.
후술하겠지만 나는 1차시험을 얼마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기본강의를 인터넷으로 수강하였다. 강의가 녹화되던 당시에는 p/f제도가 시행되기 이전으로써 고득점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을 위한 강의였으므로 불의타 반응들도 많이 가르쳤지만, 유기화학에 대한 지식이 모두 초기화된 상태에서 자체적으로 받아들일 지식을 취사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2019년을 기준으로 이제는 훨씬 더 짧은 유기화학 기본강의가 녹화되어 있으니, 이후 유기화학 선택자들은 그 강의를 들으면 될 것 같다. 발표 전 기득을 준비하며 들었을 때도 충분한 양의 강의라고 느꼈다.
사례강의는 따로 열리지 않았으며, 기초gs 강평시간에 가농 사례집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기초gs 문제 대부분이 가농 사례집에서 따온 문제이므로, 기초gs를 수강하면서 예습복습을 착실히 하면, 유기화학 전반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유형별 답안 작성 방식에 대해서도 준비를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단원별 대표반응 등의 문제들과 답안 분량의 해설로 이루어져 있다.
(2) 연습문제용 대학교재 – 한 권만 볼 것
1) 유기화학 선택자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말인가 보다. ‘맥솔스를 다 봐야 고득점이 가능하다.’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이제는 옛날 이야기이다. 고득점은 선택과목이 아닌 민사소송에서 나와야 한다.
난 맥머리 한 권만 봤다. 합격발표 전 기득을 준비하면서 솔로몬, 스미스까지 어느 정도 훑어본 입장에서 비교하자면 솔로몬은 문제가 조금 더 까다롭고, 스미스는 목차가 조금 더 단정하다. 나에겐 스미스가 조금 더 맞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떤 책을 선택하더라도 3회독을 하면 50점은 안정적으로 넘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너무 최근에 나온 신간이라면 답지를 구하기 까다로울 수 있다. 그리고 너무 옛날에 나온 책이라면 가독성이 처참할 수 있다. 여러 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맥머리 신판(9판)이 가장 무난한 선택인 것 같다.
2) 한 번은 꼼꼼히 풀어야 한다.
유제를 제외하더라도 한 단원에 50문제가 넘는다. 한 문제에 a부터 i, j, k까지 새끼문제가 붙어있는 것도 흔하다. 그러나 처음 풀 때 시간이 아깝다는 것을 이유로 취사선택해서 풀게 되면, 풀기 전에 문제의 중요도를 판단하게 되고, 이 과정은 순식간에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30문제를 골라서 푼 것이 50문제를 다 푼 것보다 더 오래 걸리고, 더 얕게 공부한 기분이 들 수 있다. 수학 문제집 공부해 본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1회독때는 모든 문제를 꼼꼼하게 풀 생각으로 책을 펼친다. 기본문제는 얼추 다 풀리지만, 뒤쪽 general problems는 고작 반의반 정도만 건드릴 수 있을 것이다. 모르는 문제는 답지를 보고 베낀다(뇌를 쓰면서). 이렇게라도 메커니즘까지 확실히 그려봐야, 2회독부터 general problems 위주로 중요한 문제들만 풀 실력이 될 것이다. 또한, 1회독때 풀지 못했던 문제는 문제번호 옆에 체크하고, 2회독부터는 취사선택하여 풀더라도 체크 된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간다. HVZ나 Darzens, Favorskii(이번에 나왔다) 반응 등이 그 체크 된 반응일 것이다.
(3) 서브교재 – 정다래 유기화학
동차 수험기간엔 보지 않았지만, 시험장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점심시간에 이 책을 읽고 있었고 그의 내공이 대단해 보였기에, 발표 전 기득을 준비하면서 구매해 읽어본 교재이다. 주요 반응이 암기장 식으로 빽빽하게 적혀 있는 단원이 있어, 기본적인 공부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라면 그 부분만 분권하여 학원·독서실 오가며 읽을만한 책으로 괜찮을 것 같다. 다만 내가 동차 수험기간으로 돌아간다면, 이 책까지 읽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3. 시기별 공부방법(진입 전~1차시험 준비 기간)
(1) 진입 전
상기한 대로 학부 수업으로 유기화학을 두 학기 수강했다. 성적은 A-, B+정도로 우수한 편은 아니었고 군 생활 동안 모두 잊어버렸지만, 나름 익숙한 과목이라는 점 덕분에 큰 망설임 없이 유기화학을 선택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다.
(2) 1차시험
1) 1차시험 100일 전 유기화학 기본강의 수강
3월 이전 진입자는 민사소송을 배워 동차를 노리고, 7월 진입자는 1차과목만을 열심히 하는 게 전형적인 공부 플랜인 것 같다. 나는 전역 기념 여행이 이미 길게 계획되어 있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5월에 진입했는데, 당시에는 동차 합격에 대한 뜨거운 열망도 없었고, 법 공부가 적성에 맞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7월 진입생들처럼 2차과목을 미리 준비하지 않고 1차시험 전까지는 1차과목만 열심히 할 생각이었다.
선택과목 합격 수기에서 모두 서술할 수는 없지만, 탄탄한 계획을 세우고 1차시험 대비를 착실하게 했더니 11월 한빛학원 모의고사에서 전체 2등을 차지했고, 1차시험 합격에 대한 자신감을 얻음과 동시에 2차과목을 미리 공부하지 않은 점을 후회하면서, 지금부터라도 2차 공부를 병행하기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모의고사 바로 다음 주부터 특허와 상표는 2차 서브교재로 학설, 판례 통암기를 시작하고, 유기화학 기본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동차 합격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한 수였다. 가장 바쁜 3월 한 달 동안 특허법, 상표법에서는 판례암기에 추가로 들이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유기화학 기본강의를 들을 필요도 없었다. 처음 접하는 과목인 민사소송법의 법리 습득과 처음 써보는 답안지의 목차 잡는 연습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2) 선행과목의 선택 - 민사소송법이냐, 선택과목이냐
개인적으로, 1차시험 기간 내내 민사소송법 사례집을 반복할 각오가 없는 이상, 선택과목만 미리 수강하는 것을 추천한다. 민사소송법은 1차시험 직후 3월부터 준비하더라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면 충분히 합격권에 오를 수 있다. 모든 학원의 커리큘럼이 3월부터 시작하여 7월 말 시험장에서 막힘 없이 민사소송법 답안을 작성할 수 있는 실력을 만들도록 짜여 있다. 반면 민사소송 기본·사례강의를 미리 들어놓고 1차시험에 열중하며 복습을 게을리한다면, 3월에 바로 GS에 진입하기엔 많이 잊어버리고, 기초·사례 재수강하기엔 시간이 아까운 상태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반해 법을 제외한 선택과목은 ‘흐름’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과목들이다. 선택과목을 수강하다가 1차시험 공부에 부담이 되는 것 같으면 그대로 중단해도 되고, 2차시험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착각하여 예습 당시 집중해 듣지 못한 단원이 있더라도 2차 기간 동안 모자란 부분을 부분수강 등으로 비교적 쉽게 채울 수 있다. 민사소송법은 이론·사례강의 수강에 꼬박 2달이 소요되므로 중간에 1차시험 합격이 불안해져도 멈출 수 없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 이는 굉장히 큰 장점이다.
3) 선택과목을 선행학습 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점
기본강의 수강 후도 아니고, 객관식 3회독 후도 아닌 “1차시험 합격에 어느 정도 확신이 들었을 때”가 가장 적절한 진입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난 1차시험 공부를 혼자 했기에 1회차 학원 모의고사를 보기 전까지 내 위치를 몰랐다. 처음 내 위치를 알게 된 것은 시험이 100일도 남지 않았을 때였고 그때 비로소 선택과목 공부를 시작했지만, 1차시험에서 평균 93.3점을 획득했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나와 같은 전략을 취할 수험생들은 1차시험이 점점 가까워진다고 해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4. 시기별 공부방법(2차시험 기간)
(0) 2차시험 기간 공부 진행표
민사소송법 | 특허법 | 상표법 | 유기화학 | |
3월 | 기본강의 수강 | 기본수강, 기초gs 답안 | 기초gs 수강 | 가농,맥머리 |
4월 | 사례강의 수강 | 실전gs 수강 | 기초gs 2회분 답안 | 기초gs 수강 |
5월 | 기초gs 수강 | 실전gs 수강 | 실전gs 수강 | 암기스터디 |
6월 | 실전gs 2강의 수강 | 기출+실전gs 목차 | 실전gs 수강 | 기출+기초gs 반복 |
7월 | 실전 4세트 목차반복 (1세트 답안 포함) |
실전 5세트 목차반복 (+ 0.5세트 답안) |
실전 4세트 목차반복 (+ 0.5세트 답안) |
기출+기초gs 반복 |
(수강: 현장강의·인터넷강의 수강, 답안: 답지에 풀답안 작성, 목차: 노트에 목차만 잡음)
(1) 3월 – 기본서, 맥머리 회독
1) 동차생들에게 3월은 지옥이다. 평일엔 민사소송법 진도 빼는 데에만 하루 6시간 이상씩 투자해야 하고, 주말엔 특허법, 상표법 답안지 목차 잡는 법을 처음 배운다. 게다가 선택과목 기본강의까지 커리큘럼에 포함되어있다. 이렇게 네 과목을 전부 처음부터 공부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1차생때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수험생은 보통 특허법이나 상표법 중 하나를 4월로 미룬다. 다시 말해, 그 미뤄진 과목은 시험에 대비할 시간이 4개월로 줄어든다.
2) 나는 상기한 것처럼 1차생때 특허·상표 통암기와 유기화학 기본강의 수강을 해놨기 때문에, 민사소송법 기본강의를 듣고 주말에 특·상 기초gs를 동시에 수강하면서도 유기화학 기본서를 놓지 않을 수 있었다.
가농 기본서와 맥머리의 목차를 매칭하여, 가농 기본서의 목차 순서대로 맥머리 연습문제를 풀어나갔다. 암기해야 하는 반응의 수에 따라 주당 2~5개 단원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카보닐 파트에서 잊어버린 반응이 많아 계획보다 늦게, 4월 기초gs 수강 초반까지는 연습문제 풀이를 병행하였다.
(2) 4월 – 기초gs 수강
1) 4월은 민사소송법 사례강의의 달이며, 3월에 특·상 2기초를 수강했다면 한 과목 정도는 실전gs에 도전할 수 있는 달이다. 나는 아침에 특허 실전gs, 저녁에 유기화학 기초gs를 수강하고 그사이에는 과년도 상표 기초gs를 2회분씩 자체적으로 풀었다.
2) 선택과목 p/f제로 변화되면서 선택과목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줄어든 탓에, 기초gs 강평시간에는 사례집 문제풀이를 함께 강의한다. 문제를 직접 답안지에 풀어보며 답안지 모양 잡는 법을 배우고, 주중에는 사례집 예습복습을 꼼꼼히 하며 유기화학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더 높이는 시간이다.
(3) 5월 – 암기 스터디, 맥머리 2회독
1) 5월쯤 되면 적어도 알케인~알코올 파트는 자신감이 생긴다. 벤젠은 애매하고, 카보닐은 아직 무서운 정도의 수준이다. 법 과목은 드디어 민사소송법 답안지 쓰는 법을 배우기 시작하고, 특허 상표 모두 실전gs에서 풀 답안을 작성해낼 수 있는 수준이 된다. 모범답안은 없어도 상위권에는 종종 들 수 있다.
2) 유기화학 실전gs를 들어도 되는 기간인데, 나는 아직 100점 어치의 유기화학 문제를 풀 자신이 없었으므로, 이 기간에 친구와 암기 스터디를 진행했다. 벤젠과 카보닐 파트 매주 1~2단원을 범위로 하여, 가농 교재에 나오는 메커니즘 등을 무작위로 4문제씩 내서 서로 바꿔 풀어보는 방식이었다. 아직 기출문제를 풀기에는 암기하지 못한 반응이 많고, 기본적인 반응도 반사적으로 나오지 않는 기간이므로, 이런 식으로 주요 반응들을 암기하면서 친숙하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4) 6월 – 기출 및 과거 기초gs 풀이
1) 당해 합격을 목표로 하는 6월의 동차생은 3법 gs를 구해 회독을 하기 시작한다. 동차생이 무리 없이 흡수할 수 있는 실전gs의 개수는 과목당 4세트가 적절하다고 본다. 이 달에 보통 처음 듣는 민사소송법 실전gs에선 상위 70%에서 출발하더라도 30%까지 한 단계씩 올라가야 한다. 나는 상위 77%로 시작해 6회차부터 30% 안쪽에 안착하였다.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야 하는 달이다. 그리고 특허·상표 중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과목 하나 정도 실전gs 현장강의를 수강하면 좋다.
2) 내가 2차시험을 본 해에는 유기화학 실전gs가 6월에 열리지 않았고, 5월 강의가 녹화되어 있지도 않았다. 계획에 차질이 생긴 달이었다. 급한 대로 타 강사 및 과년도 기초gs와 실전gs를 구해 풀어보았고, 기출문제도 8회분 정도를 출력하여 풀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17년 이전의 유기화학 실전gs는 풀 필요가 전혀 없다. 당시 문제들은 유기화학 90점을 목표로 하는 고급 반응들이 대부분이었으며, 기본서를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문제 대부분을 건드릴 수 없다. 시간 낭비이다. 반면 기초gs는 대부분이 유기화학 기본서 범위에서 출제되므로, 버릴 문제 없이 공부하기에 도움이 된다. 하루에 2회분씩 강사 무관 3세트 정도를 풀어보길 바란다. 기출은 6월 말에 풀어보면 충분한 것 같다. 다만 대부분 문제는 풀려야 하며, 잘 풀리지 않는 문제도 답지를 보고 완벽히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5) 7월 시험 – 어떤 문제가 나와도 50점을 넘길 각오
1) 나는 시험 전 4주를 반으로 나눠, 학원 모의고사 대비 2주 공부, 실제 시험 대비 2주 공부의 패턴을 똑같이 가져갔다. 모든 과목 gs 목차 잡기를 주중에 모두 점검했고, 기본서를 2일 1회독씩 했다. 시험이 없는 주말에는 실제 시험과 같은 시간대에 시험과 같은 과목을 풀어보고, 저녁 시간에 민사소송을 한 번 더 풀었다. 시험 전 목요일 민사소송법과 유기화학, 금요일 특허법과 상표법을 각각 1회독 하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첫날 시험을 보고 돌아온 토요일엔 민사소송법조차 1회독 채울 시간과 체력이 없었으므로(수험생활 통틀어 이 4시간이 가장 힘들었다), 유기화학은 일요일 점심시간에 마지막 점검을 마쳐야 한다.
2) 모의고사 때는 유기화학 14페이지 정도를 채우고 57점이 나왔다. 혼자 가채점해봤을 때 52점으로, ‘유기화학 과락이 나올 수도 있겠다.’라는 걱정을 했던 것에 비해 후한 점수인 것 같다.
3) 실제 시험은 모의고사보다 한 단계 더 어렵게 느껴졌다. 앞선 3법 과목 응시 후엔 합격을 예상했는데, 유기화학 문제를 보는 순간 자칫하면 선택 과락으로 1년 더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절반은 얼추 제대로 풀 수 있었지만, 절반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동안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답을 깔끔히 적으려고 했으며 아는 범위에서 충실히 답안을 작성했다. 다행히 집에 돌아와서 가채점했을 때 정답은 60점 어치 이상 맞췄고, 자신 없던 문제들에서도 절반 정도는 득점에 성공해 과락을 면하게 되었다.
4) 생각해보면 유기화학 시험에서 과락을 받았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한 번도 점수가 나올 때까지 마음을 놓았던 적도 없다. 50점대로 합격하기를 노렸으니, 시험 후 찾아오는 불안감은 감수해야 하는 것 같다.
(6) 시험 후 – 안정적인 실력 만들기
아무리 생각해봐도, 동차는 선택과목 50점대를 목표로 공부하는 것이 맞다. 적절한 시간 배분을 통해 동차 기간에 필수과목 실력을 착실히 쌓아 놨다면, 기득 이후로는 유기화학도 안정적으로 70점 맞을 수 있도록, 합격자 발표 전에 충분히 공부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 법 과목은 주 1회 쓰기 스터디와 이를 대비한 예습, 복습으로 감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공부했고, 남은 시간은 모두 유기화학에 투자했다. 유기화학 기본강의를 다시 한번 수강하였고 맥머리, 솔로몬, 스미스 연습문제를 착실히 풀어나갔다.
5. 공부량과 비중
(1) 공부시간
1) 합격 비법을 묻는 지인들에게 항상 말하는 것은 1차시험은 주 60시간, 2차시험은 주 75시간(월 300시간) 이상의 집중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아니라, 집중하는 시간이다). 변리사 공부는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오르는 것과 같다. ‘후퇴하지 않을 만큼’의 공부량이 필요한 시험이며, 개인적인 경험상 이런 제자리걸음에 필요한 시간이 주 45시간이다. 다시 말해, 한주에 55시간을 공부한 사람보다 75시간을 공부한 사람이 앞으로 세 배는 더 나아간 것이다. 물론 75시간의 공부시간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식사시간이 40분대로 줄어야 하며, 기상부터 공부 시작까지 1시간 미만, 공부 마무리부터 취침까지 1시간 30분 미만이 소요되어야 한다. 매주 4일은 12시간 이상 공부해야 하고, 8시간 공부한 날이 쉬는 날이어야 한다.
2) 공부시간은 차츰 늘려야 한다. 1차생때는 주 47시간으로 시작해 매주 한 시간씩 늘려 주 65~68시간을 유지했고, 2차생땐 그로부터 매주 1시간씩 늘려 주 75~80시간을 유지했다. 이번 주에는 50시간 공부했는데, 다음 주 갑자기 70시간을 공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슬럼프가 찾아올 수도 있다.
(2) 유기화학에 투자한 시간
매월 달랐지만, 보통 수업을 제외하고 문제풀이시간만 매주 6~7시간을 확보했다. 매일 민소법-특허법-상표법-유기화학 순으로 공부했고, 마지막 1시간 30분 정도는 유기화학 문제를 풀며 공부를 마무리했다. 1시간 30분은 맥머리 한 단원, 기초gs 2~3회분을 풀 수 있는 시간이다. 필수과목 공부 때문에 긴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지만, 공부하는 시간만큼은 열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머리에 겨우 남는다.
6. 기타 공부방법
(1) 핸드폰은 공부 장소에 두지 않는다.
모두 공감하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핸드폰을 보면서 쉬면 집중력이 더 떨어져 있고, 핸드폰을 열어보게 되는 주기는 두 시간에서 한 시간, 삼십 분, 이십 분으로 점점 줄어든다. 밥 먹고 공부하기 전에 십 분씩 핸드폰을 들여보고 있다. 눈이 침침한 상태에서 다음 과목의 공부를 시작한다. 물론 의지만 있다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도 보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수험기간엔 그런 ‘불필요한 의지’마저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밥 먹으러 집 가는 시간은 정해두었고, 긴급하게 연락이 오는 경우엔 독서실 총무가 어깨를 두드렸을 뿐이다.
(2) 공부계획-공부-공부기록 생활화
내가 공부했던 독서실 책상에는 1주 단위로 작성하는 포스트잇 스케줄러가 항상 붙어있었다. 매주 일요일 밤이나 월요일 아침에 한주의 공부계획을 세웠고, 매일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애썼다. 공부가 끝나면 따로 예쁜 다이어리에 공부한 내용과 과목별 소요시간을 작성하여, 매주 토요일마다 시각화했다.
매일 공부 목표량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공부하는 것은 막연히 시간을 채우는 공부보다 몇 배는 더 강한 추진력을 가진다.
(3) 단순화와 규칙화
1년 2개월간 공부하면서 꼭 지켰던 원칙이다. 공부가 잘 된다고 새벽까지 독서실에 남아 있지 않았고, 아무리 피곤해도 아침엔 9시 반까지 독서실에 갔다. 공부 장소나 스터디 장소, 시간을 옮기는 것을 경계하고, 공부가 아닌 곳에 신경을 쓰지 않도록 노력했다. 고민 없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공부를 해서, 슬럼프가 찾아오지 않도록 노력했다. 독서실에 오가는 동안에는 조문과 두문자 암기장을 읽었는데, 도저히 읽기 싫은 날에도 눈으로 암기장을 쳐다보는 것만큼은 했다. 그마저도 하지 않으면, 다음날 컨디션 좋아도 읽지 않게 되기 때문이었다.
Ⅲ. 나가는 글
강조하고 싶은 점은, 화학에 대한 제반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유기화학을 선택했을 때, 50점을 넘길 수 있을 만큼의 공부량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 거저 합격할 만큼의 양은 아니다.
내가 해온 공부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겸손함을 갖추는 것이 합격을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남이 좋다는 공부방법을 그대로 수용해 몸에 밴 습관을 갈아엎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내가 가진 공부습관의 단점을 냉정히 찾아내고 고쳐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정말 쉽지 않은 시험이다. 시험에 합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합격 때까지 딱 두 가지만 하기를 당부한다.
1. 공부, 2.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
합격 후로 미루던 행복을 금방 되찾길 바란다.
곧 61회 변리사 시험 발표일이라고 하는데, 모두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