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성이고 나발이고, 좋은 고기가 맛있습니다!
상당히 도발적인 멘트다.
멋진 말이고,
요즘 '품질이고 나발이고 숙성으로 카바치려는' 고깃집이 너무 많다는 점에서
더 사랑스러운 말이기도 하다.
외관에 힘을 많이 준 느낌이다.
간판 양측에 보이는 소주병의 수는
대한민국 성인 1인의 5년간 소주 소비량에 맞먹는 개수이다.
그리고 나의 전성기 1년 소비량과 맞먹기도 하다.
약속시간이 좀 이른 평일 점심이라, 사람이 거의 없어서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시원시원하게 배치해서 쾌적한 느낌이다.
메뉴판.
고기 종류를 최소화하고, 식사류 선택지를 넓힌 것이 인상적이다.
생각해보면, 고기 먹고 라면 땡길 때 진짜 많은데
대부분 고깃집 디저트(?) 메뉴에 라면이 없다는 게 의아하긴 하다.
솥뚜껑 커스텀같은 포인트를 보면
얼마나 힘이 들어간 체인점인지 알 수가 있다.
목구멍은 최근 177호 체인점을 오픈했다고 한다...
새마을 식당보다 1.5배정도 많은 숫자다.
음.. 이런 큰 체인을 맛집이라고 소개하는 게 의미가 있나?
덮으면 차림표, 뒤집으면 먹는 법이 되는 쟁반
순식간에 반찬쟁반으로 가려지므로, 맛있게 먹는 법은 빠르게 읽었어야 한다.
나는 동체시력이 나쁜 편이라, 결국 맛있게 먹는 법을 읽지 못하고 땅바닥에 찍어 먹었다.
아직 익히지 않은 삼겹살(3인분)과 미나리
삼겹살은 좀 여기저기서 가져온 모습이다. 이건 감점사유다.
미나리는 5,000원인데, 나 새내기 시절 돈가마니 1인분 값이랑 동일하다는 점에서
언제 건방진 풀떼기가 이렇게 비싸졌나 하는 격세지감마저 든다.
꽤 좋은 점은, 젊은 직원분께서 바쁘게 오가며 고기를 정성스레 구워주신다는 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아빠가 구워주시는 고기만 먹다가(요즘도 고깃집 가면 아빠가 꼭 구워주신다)
언젠가 하남돼지집에 가서 처음으로 직원이 구워주는 고기를 먹어봤는데,
엄청나게 대접받는 느낌이 들면서
아니 이 삼겹살이 이렇게 구워줄 정도로 고급요리였나? 하는 의문이 들면서
직원분에게서 아버지의 사랑마저 느껴버렸던
그런 소중했던 경험이 있다.
미나리 숨을 죽이고,
어느 정도 고기가 다 익으면 미나리 위에 올려주신다.
묵은지와 삼겹살,
새송이와 삼겹살, 콩나물과 삼겹살에 이어서
미나리와 삼겹살이라는 새로운 조합이 등장했고
2018년에 크게 유행한 이후로 이제는 친숙한 모습이 됐다.
나중엔, 어떤 조합이 또 생겨날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론 고수를 좋아한다.
아사히 생맥주 캔이 3,900원으로 편의점보다 싸길래,
술 앞에선 참을성이 약간 모자라지는 나를 비롯한 몇 명은 당연히 주문했다.
나는 술에 있어선 꽤 곤조가 강한 편인데,
일례로 캔맥주도 '실내에선' 컵에 먹는 걸 훨씬 선호하는 편이다.
캔은 원래 용기(container)로 발명된 것이고,
따기 편하라고 주댕이가 이어서 발명된 것일 뿐,
거기에 내 주댕이를 갖다 대라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이렇게 뚜껑이 홀라당 열리는 캔은
컵과 캔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 모습인지,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모습인지 아닌지조차 판단하기 어렵다.
이건 돼, 저건 안 돼.
내가 만든 border마저 획정할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그 근처 회색의 것들과 마주했을 때
우리는 이런 혼란에 빠지곤 한다.
다양성에 대해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수적일 것이다.
앞으로는 맥주캔과의 입맞춤을 피하지 않겠다.
추가로 주문한 목살 3인분,
처음 서빙된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지만
삼겹살보다 훨씬 상태가 좋았다.
지난 방문에선 삼겹살이 더 좋았던 기억인데,
다음 방문때는 뭐가 더 좋냐고 물어보고 주문해야 하려나.
남김 없이 다 먹었고,
분명 실망하지 않을 만한 식사였다.
후식으로 나온 냉면은 먹기 전에 찍지 못했다.
후식냉면치고는 양이 상당히 많다. 본게임 냉면에 가까운 양.
역시 잘 연구해서 만들어진 국물 맛이다.
특히 더 좋았던 점
1. 대형 체인 특유의 보장된 품질
2. 대형 체인 특유의 보장된 서비스
3. 이날 목살이 진짜 맛있었음. 모지?
아쉬웠던 점
1. 사이 좋은 냉면 사리들 like 분모자
2. 띵동이 없음
목구멍 신촌점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11길 35 1층
0507-1368-3439
영업시간: 16:00~23:10 (주말, 공휴일은 12:30~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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