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에는 '연희맛로'가 있다.
말 그대로 맛집들이 모여있는 거리인데,
이쪽은 주말 점심만 되면 진짜 혼잡해진다.
칼국수 한 그릇, 냉면 한 그릇 먹겠다고 그 혼란한 동네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서
바로 길 건너, 호천식당에 왔다.
분명 과거에는 가정집이었을 것 같은 외관을 하고 있다.
연희맛로 한가운데 있어야 더 어울릴 것 같은 모습이다.
다행히도, 바로 옆에 호천식당 전용 주차장이 있다.
내부 모습
이 만한 공간이 하나 더 있을 정도이니, 꽤 넓다고 할 수 있겠다.
정원이 보이는 통창이 있어서 시원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따라 마실 수 있는 메밀차가 준비되어 있는데,
찬 음식을 먹고 나서 즐기는 따뜻한 메밀차 한 잔은
소화에 도움이 될 것만 같다.
메뉴판의 모습
메인메뉴의 가격이 약 2,000원씩 인상되었음을 추리해낼 수가 있다.
새로 제작하는 김에 기존 메뉴판을 떼고 붙일 수도 있었을 텐데,
원래 가격을 알려줌으로써 물가변동을 체감해보라는 의도가 담긴 것 같다.
항상 주문하는 메뉴는 들기름막국수+돼지불고기(14,000원)이다.
냉면 한 그릇에 만 오천원씩 하는 집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절대 비싸다고 할 수는 없는 가격이다.
게다가 여기도 100% 자가제면이다.
이 가게의 제일 좋은 점은, 함께 나오는 반찬이 매우 훌륭하다는 점이다.
특히 푸짐하게 주는 저 샐러드가 좋다.
돼지고기는 숯불에 구운 것처럼 불맛이 난다.
왜냐면 숯불에 구웠기 때문이다.
이 집은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훨씬 부드럽고 맛있다.
라고 항상 주장하다가, 최근 소고기도 한 입 얻어먹어봤는데,
역시 비싼 소고기가 맛있긴 하다.
그래도 내 지갑은 여전히 돼지고기가 맛있다고 이야기한다.
100% 자가제면 들기름막국수의 모습이다.
막국수 가게에서 잠시 다른 얘기를 하자면,
수년 전부터, 평양냉면의 붐이 일었다.
평양냉면 얘기가 나오면 유난히 목소리가 커지는 사람이 많았고
식초를 넣지 말아야 한다는 둥, 식초를 면에만 뿌려야 한다는 둥
진짜 모르겠다니까 사실은 국물이 아니라 면이 진짜라는 둥
면을 뭐 입술로 끊어야 한다는 둥
냉면 한 그릇을 먹을 때 신경써야 하는 것들이
청학동 다도회에 버금가게 복잡했다.
물론 나도 이제는 평양냉면을 좋아하게 됐지만
그리고, 여전히 평양냉면에 열정을 가지는 사람은 리스펙할 만하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그냥 냉면이 뭐 냉면이지.. 하는 마음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그래도 하나 확실히 느낀 것은
메밀 100% 면을 몇 번 먹어보면
메밀 함량이 낮아졌을 때 굉장히 강한 역체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평소 맛있게 먹었던 동네 평양냉면 집 면이 문득 질겅거린다고 느껴지고 적잖이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호천식당은 그런 느낌을 주지 않는다.
메밀이 많이 들어있는 건 맞는 것 같다.
호천식당의 들기름막국수는 꾸덕하지 않고 자작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론 이쪽을 더 선호한다.
요즘 다이어트 때문에 식욕이 참 없었는데,
언제 먹어도 맛있는 가게라서 방문하는 데 부담이 없었다.
특히 좋았던 점
1. 주말에 가도 교통지옥이 아닌 위치
2. 매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과 행복
아쉬웠던 점
1. 여름엔 마당에 모기가 많아요.
호천식당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4길 5
02-334-0749
영업시간: 11:00~22:00 (15~17시는 브레이크타임,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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