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입구 '윤수네 출출할때'
홍대입구에서 청첩장 모임을 했다.
중학교때 만난 친구가 벌써 결혼을 하다니..
1, 2차에서 이미 충분히 술을 마시고
집이 멀거나 다음날 일정이 있는 사람은 다들 돌아갔지만
이미 눈은 다 풀려놓고 그냥 헤어지긴 아쉬운 나 포함 세 명은
큰 길 하나 건너, 조용한 동교동으로 이동했다.
날씨가 아직 따뜻할 때라서, 많은 사람들이 야외에 앉아있다.
(며칠 사이에 이렇게 추워질 수가 있나!)
2층에도 자리가 있던데, 겨울이나 한여름엔 실내 2층에 앉아서 먹어도 좋을 것 같다.
메뉴들. 만 원 넘어가는 메뉴가 거의 없다
이미 배부른데 안주에 몇만 원씩 쓰고 싶지 않다.
주문은 키오스크에서 하는 방식이라 효율적이기도 하다.
주문번호가 찍힌 영수증을 가지고, 자리에 앉아 있으면
사장님이 큰 소리로 72번~! 하고 음식을 가져오신다.
착한 가격의 안주들보다 더 소중한 건,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소주가 아직도 4,000원이라는 점이다.
이건 한 병 마실 때마다 천 원씩 번다는 얘긴데,
검정고무신 만찐두빵 할머니가 생각난다.
옥외영업 허가를 받았다는 당당한 안내문
관련 규정을 찾아보니 행정법상 수리를 요하는 신고에 해당하는 것 같다.
(술자리에서 어필하기 좋은 지식 +1)
저게 떠들어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니까, 야외에서 지나친 고성은 주의하는 게 좋겠다.
내가 갔을 땐 시간이 늦어서 그런지 다들 도란도란 얘기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았다.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우선 얼큰우동, 돈까스,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14,000원에 안주 두 개 먹을 수 있는 집은 많지 않다.
얼큰 우동을 시켰는데 하얀 우동이 나오길래,
말씀드리고 다데기 한 접시를 받아 넣었다.
사장님의 비밀 레시피를 알아버린 기분이라 쑥쓰러웠다.
우동학교 졸업생(유학파)으로서 이 집의 우동에 대해서 감히 평가해보자면,
윤수네 출출할때의 얼큰우동 맛은
솔직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 비운 걸 보니 맛있었나 보다.
나는 생긴 것과 정말 다르게 돈까스를 잘 먹지 못한다.
몇년 전 돈까스를 무식하게 집어넣다가 심하게 체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돈까스 특유의 기름 냄새를 꽤 예민하게 느끼는데
이 집은 그런 기름 냄새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시간이 좀 지나니까, 술안주로 나오는 돈까스 정도는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약이고, 술이 활명수다.
사실 이 가게는 이 동네에선 유명한 '윤수네' 시리즈 가게 중 하나이고,
무한도전에도 나왔던 '감나무집 기사식당'이 그 중 대장이다.
윤수 님의 재력이 부럽다.
요즘은, 이렇게 기본에만 딱 충실한 가게들이 오히려 더 드문 것 같다.
그래서 더 소중한 가게를 발견한 느낌이다.
좋은 가게를 찾았으니, 앞으로 자주 방문하게 될 것 같다.
특히 더 좋았던 점
1. "딱 한 잔만 더!" 할때 방문하기 좋은 분위기, 가성비, 위치
2. 소주가 4,000원. 열 병 먹으면 만 원 이득
3. 첫차까지 보장하는 영업시간
아쉬웠던 점
1. 점점 추워지는데, 낭만 찾다 감기 걸리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윤수네출출할때
서울 마포구 동교로 216
070-7726-4160
영업시간: 매일 11:00 -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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