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타코몽 :: 우리나라에도 타코야끼 맛집이 있을까?
어릴 때, 매 학년 초 '나를 소개하기' 시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떡볶이"라고 적어 냈었다.
그 시절, 시골 사는 코흘리개였던 나에게
최고의 군것질거리는 포장마차 떡볶이, 떡꼬치, 피카츄 돈가스 정도
또는 학교 앞 문구점 '몽당연필' 에서 파는 꿀빵과 백원짜리 소시지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 년이 지나,
동네에 타코야끼 아저씨가 처음 나타났고
이천 원에 다섯 알을 주문했던 그 순간부터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타코야끼가 됐었다.
물론 지금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회와 삼겹살이지만
아주 가끔, 타코야끼가 미칠 듯이 먹고싶어 지는 날이 있다.
다행히, 근처에 타코야끼 집이 있었다.
일본 사람들도 많이 오는 가게인 것 같더라.
신촌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홍대라도 하기도 애매한 위치에 있는 가게인데
갈 때마다 이렇게 대기가 있다.
일본 미에 현 시골 마을에 있을 법한 간판을 보면,
이 가게가 얼마나 오래 됐는지 알 수 있다.
나도, 거의 8년만의 방문이었다.
메뉴판, 원산지는 사진 참고
대기가 길어 밖에서 기다리며 30분간, 안에서 기다리며 30분간 정독했다.
나는 야끼우동(17,000)과, 타코야끼 10알(6,500)을 주문했다.
타코야끼는 길거리에서 사먹는 것보다 특히 비싼 느낌은 아닌데,
역시 야끼우동과 오꼬노미야끼 가격이 좀 세다.
대기장소에는 이렇게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세 팀 정도 앉아있을 수 있는 공간이라,
'점프 폭탄 세 개' 하며
나의 컨트롤을 뽐낼 수도 있겠다.
드디어 자리로 안내받았다.
이 가게가 인기있는 이유는
분명 이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지난 수많은 금손 고객들이
이 자리를 더 예쁘게 꾸며주고 있었다.
금손 고객님 작품
대기 중 주문을 해 둬서, 머지않아 나온 야끼우동
요 조그만 구멍으로 내어 주시는게
정감가고 좋다.
자리마다 저렇게 조명을 설치해둔 이유가 있었다.
음식이 아주 맛있어 보인다.
톡 하면 주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은
저 계란
그리고 내 뱃살
확실히 고명을 아끼지 않은 느낌.
고작 야끼우동이라고 부르기 미안해진다.
조명이 진짜 예술이다.
맛도 좋지만, sns 홍보에 대한 노림수도 대단하다.
이런 안주에 맥주 안 먹으면
어른으로서의 면모가 좀 빠지는 것이다.
양념이 부족하면 짜먹을 수 있는 통도 있다.
저 매운 오코 소스는 진짜 매우니 주의
곧이어 나온 타코야끼
풍성하게 뿌려진 가쓰오부시 덕에
평생 풍성하고 싶었던 문어 아저씨의 소원이
이제서야 실현되고 있었다.
안에는 큼지막한 문어가 들어있었다.
근데 촉촉 보들한 느낌은 별로 없었고,
생강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아서 좀 아쉬웠다.
나는 베니쇼가 팍팍 들어간 타코아끼 좋아한다.
이쯤 돼서 빠질 수 없는,
내가 먹었던 인생 최고의 타코야끼집은 요 여행기에 언급되어 있다.
"타코야끼 하나로 지역 재패!" 정도의 임팩트는 아니지만
예쁘고 아기자기한 공간,
도란도란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
기름맛 안 나는 깨끗한 철판 요리를 즐길 수 있는 집이라는 점에서
자주 방문해도 좋을 것 같은 곳이다.
특히 더 좋았던 점
1. 귀여운게 잔뜩 있습니다.
2. 사장님이 아주 친절하셔요
아쉬웠던 점
1. 화장실이 건물 밖에 있어요.
2. 메뉴구성 대비 회전률 매우 낮음.. 한시간까지 기다릴 집은 아닌뎅
타코몽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49
02-334-8106
영업시간: 16:00 ~ 22:30 (매주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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