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예방접종을 맞고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더니
몸이 완전히 축나버렸다.
이럴 땐 삼계탕이다.
신촌영양센터로 가자.
'영양센터'는 통닭/삼계탕집에 있어서 식별력 없는 표장에 해당한다.
관련 심결문을 읽어보면, '영양센터'가 '영양가 있는 음식을 파는 곳' 정도의 의미를 직감시켜서 그렇다고 한다.
쉽게 공감은 되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처음 대치동 영양센타를 봤을 땐
영양제나 고주파 치료기 정도를 파는 가게인 줄 알았으니 말이다.
찾아보니, 그보다 훨씬 전 1960년도 후반에
전국적으로 '영양센터'라는 전기구이 통닭집이 엄청 생겨났기 때문이라는 것 같다.
이 가게도 53년동안 영업을 했다고 하니,
그 즈음 오픈 후 지금까지 영업중인 가게이다.
내부 모습.
신발 벗고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많다.
이런 좌석은 정말 보기 힘들어졌다.
삼계탕이 15,000원이다.
요즘 물가 대비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한 그릇 2만 원이 넘어가는 삼계탕집에 가서
이야.. 이거 먹을정도로 기운 없진 않은데?
하며 돌아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요즘 만 오천원이면, 국밥보다 조금 더 비싼 정도이니
굳이 보양식의 범주에 넣지 않고
먹고싶을 때 먹을 수 있는 음식의 범주에 넣어도 좋을 것 같다.
상차림은 심플히다.
김치와 깍두기, 찍어먹을 소금과 삼계탕
이 집은 김치가 끝내준다.
메뉴판에 '묵은지 추가 6,000원'이
이 밑반찬 김치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6호 닭이 1인용 한방온천에서 시원하게 목욕중이다.
생애 한 번 정도는 호사를 누려 마땅하다고 본다.
이 닭은 이미 죽었으니, 이 닭과는 관련이 없는 얘기이다.
아주 부드럽고 뼈도 잘 발라진다.
좋은 점은, 테이블에 뼈통만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닭을 바를 수 있게, 수술대 역할을 하는
넓은 접시를 제공해주신다는 것.
나는, 삼계탕 먹은 후 죽처럼 밥을 먹을때
입에 닭 잔뼈가 걸리는 게 참 싫더라.
그래서, 닭을 통째로 건져낸 후 고기만 다시 뚝배기에 담는 편이다.
양이 애매하게 아쉬워서 밥을 한 공기 시킨다.
여기 공깃밥은 2,000원이다.
찹쌀밥이므로 노여워하지 않아도 된다.
비로소 뜨끈한 삼계찹쌀죽이 된다.
다음엔, 팔팔 끓을 때 처음부터 찹쌀밥을 집어넣어야겠다.
땀이 나면, 비로소 한 그릇을 다 먹은 것이다.
내일은 몸이 나아지길 바라며, 가게를 나섰다.
특히 더 좋았던 점
1. 김치가 맛있음
2. 요즘 보기 드문 가성비. 무려 10년동안 2천원밖에 오르지 않았다.
아쉬웠던 점
1. 카드 분할결제 불가
신촌영양센터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4길 34
02-312-5460
영업시간: 매일 10:30~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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